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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골이 흉흉하다. 재개발을 독려하는 현수막과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함께 나부낀다. 재개발이 진행되다 멈춘 주택가는 비를 막느라 지붕에 포장막이 덮여있고 빈집들엔 잡초와 쓰레기더미가 사람대신 자리를 틀고 있다. 추락한 구도심의 쓸쓸함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동구에서 재개발이 진척된 곳도 있으나 공영개발이든 민간개발이든 대부분 멈춰있다.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경제가 불황 혹은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지금, 아파트와 고층빌딩이 실수요를 훌쩍 뛰어넘은 지금, 예산이 적자덩어리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지금 쌓여가는 것은 주민들의 행정 불신이고 미래 불안이며 생활불편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안상수 시장 하에서 벌어진 전면 물갈이식 재개발은 지속가능한 개발이 아니었다. 소유주와 정부의 미래 수익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근거한 헛된 망상이었다. 일부의 돈벌이를 위해 마을 공동체를 송두리째 갈아엎고 커다란 콘크리트와 외부인을 강제 이식시키는 대형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후손들은 부채와 지금 올라간 새 건물들이 한꺼번에 재개발되어야 하는 30여년 뒤 감당할 수 없는 산업쓰레기를 물려받았다. 현세대는 미래세대의 자원을 약탈한 것이다.
이제 삶의 질 향상과 이웃간의 도시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대책 없는 전면 물갈이식 재개발에서 지속가능한 재개발로의 적극적인 출구전략을 시도할 때다.
우선, 전면 물갈이식 재개발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 일부 지역에 행해지는 방식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경제적 여건과 재정착율, 건축 자원의 무분별한 낭비를 막고 한탕식 재개발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개발이 개인과 골목, 소규모 동네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이제 지속가능한 개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하드웨어 중심에서 마을 공동체 형성을 염두에 두는 재개발로 바뀌어야 한다. 관이나 건설업체, 또는 일부 주민들이 아니라 다수의 주민이 주가 되어 지역에 필요한 내용과 방식을 스스로 찾고 결정하는 가운데 소통이 이루어지고 지역의 리더들이 발굴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장소 특수성과 역사성은 적극적으로 재해석 될 것이다.
셋째, 도시생태계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 종 다양성은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필요하다. 도시에는 다양한 주거 문화가 있어야 하고 동네별로 교육과 문화, 작은 일자리, 도시 농업들이 어우러져 교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도시 표정이 살아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하나의 흐름으로 형성되어 가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의 성미산 마을 공동체, 도시대학과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청주시, 젊은 농업인구가 늘어나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사례 등은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만석동 아까사키촌 재개발 역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사례이다. 창영동 배다리 지역 역시 그런 노력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인천시와 각 기초단체들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좀 더 자신감 있고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인천의 재개발방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는 것으로 끌고나갔으면 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각 기초단체들, 시민사회, 전문가, 주민들이 함께 기존 재개발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행정은 가능성이 없는 사업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가슴을 모아야 한다. 또한, 순세계 잉여금 등의 임시적 세외수입을 활용하여 조합 등이 재개발 사업을 그만두고 싶어할 때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소요된 비용을 정산하여 주는 제도를 적극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다세대와 일반 주택으로 집중하고 공가나 일부 집을 매입하여 주차장이나 쌈지 공원 등을 늘려나가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며 부채와 산업쓰레기를 물려받게 될 미래세대에 대한 속죄를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향한 용기가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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