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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의 살림을 잘하고 못하고는 예산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부터 출발한다. 하물며 인천시의 살림을 잘하고 못하고는 예산을 바르게 세우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예산에는 공개, 회계연도 독립, 건전재정 운영, 예산의 목적외 사용금지, 예산 총계주의, 예산 사전의결, 예산 한정성, 예산 사전절차 이행의 8가지 원칙이 있다. 이중 '예산 사전절차 이행의 원칙'은 각종 위원회나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에 대해선 반드시 사전절차를 이행한 후에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재정법 33조와 예산을 편성하는 절차로, 중기지방재정계획과 투·융자심사제도 등을 두고 있다. 각종 사업을 예산에 편성하기 위해서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은 5년 계획으로 해마다 연동계획으로 수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인 조례로 제정된 인천광역시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를 지난 11월 개최해 2012년도 인천시의 중기지방재정계획을 확정했었다.
그러나 인천시의회는 2011~2015년 중기지방재정계획 대상이 아니거나 2012년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돼 있지도 않은 사업 예산, 세부적으로 인천시의회 기간제 근로자 보수 5억 8천400만 원, 부업대학생 활동지원 1억 7천500만 원, 생활체육진흥사업 1억 3천500만 원, 제물포 스마트타운 조성 4억 2천만 원, 반딧불이 서식지원 1억 원, 계양산림 휴양공원 용역비 3억 5천만 원, 주적공원 15억 원, 버스정보관리시스템 구축사업 8억 원, 도로 유지보수 25억 원, 보행자 안전도로 만들기 사업 18억 원, 인천공항고속도로 방음벽 설치 1억 원 등을 지난 18일 개최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를 통해 2012년 예산으로 통과시켰다.
인천시는 인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증액 또는 신규 사업을 요청할 경우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중기지방재정계획 수정여부를 결정한 후, 의회의 요청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수정절차 없이 인천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의회의 신규 또는 증액사업을 동의해 버렸고 이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의결해 버렸다. '예산 사전절차 이행원칙' 등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했으며, 재정계획심의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했다.
모든 일에는 원칙이 있다. 예산편성에 있어 반드시 지켜져야 할 행정의 절대적 기준이 지켜지지 않을 때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방자치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자주재원이다.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재정운영 없이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방자치는 큰 의미가 없다. 자주재원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인천시나 지방자치에 대한 마인드조차 정립되지 못한 인천시의회의 행태는 지방자치의 존립을 뿌리째 뒤흔드는 행태이다.
특히, 인천시의회 기간제 근로자 보수 5억 8천400만 원은 시의원들의 유급 보좌관 비용이다.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으나 의정활동의 전문성 강화를 이유로 2005년 유급제로 전환됐다.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또다시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이유로 보좌관을 두려고 한다.
이미 서울시의회가 1992년과 1996년 두 차례 도입한 사실이 있지만 1996년 대법원에서 위법 결정을 받아 무산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회가 법을 어기고 유급 보좌관제를 신설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가장 잘 지켜 시민의 본이 돼야 할 시의원들이 범법 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는 이런 시의회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다시 무급 명예직으로의 환원 내지는 아예 시의회 무용론까지도 검토해야 할 때지 싶다.
최혜자 인천 경실련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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